대학원에서 배운 지적 겸손함
학부생 시절 대학원생 선배에게 들은 말이 기억난다. "이전에는 항상 잘하는 위치였는데, 대학원 가니까 중간밖에 안 되는 것 같아.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맞는 길로 가고 있는건지 확신하지 못하는 게 괴로워."
그때는 나는 다를 거라고 믿었다.
학부 때까지는 그랬으니까. 대개 성적이 좋았고, 교수님들께 긍정적인 피드백도 종종 받았다. 그러니까 대학원도 비슷하겠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원에 가서 정확히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논문 하나 쓰는 것이 그렇게 버거운 일일지 몰랐다. 무엇보다도 어느 방향으로 가는게 맞는 길인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막막함이 컸다.
돌이켜보면 그런 경험을 통해 지적 겸손함을 배운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지, 좋은 연구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세상에 어느 것 하나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