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 41편
연구를 계속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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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 글
- 석사 3학기 증후군을 지나며석사 3학기 즈음, 나는 모든 걸 후회하고 있었다. 대학원에 온 것도, 심지어 대학교 입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서 차라리 교대를 갔으면 어땠을까, 까지 생각했다. 안정적인 직업, 예측 가능한 미래…
- 모두가 임포스터인 학계(수정본) 임포스터 신드롬을 호소한 아는 교수가 올해 탑 저널에 여러 편의 논문을 냈다. 부럽다. 이보다 더 완벽한 사례가 있을까? 훌륭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 “내가 실력이 부족한 걸 언젠가 들킬…
- 졸업 시점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박사과정 졸업 연한은 정말 천차만별이다. 영국은 보통 3-4년, 미국은 5-10년이 평균이다. 미국이 특히 긴 이유는 석박 통합과정이다보니 처음 2-3년간 광범위한 코스웍과 종합시험을 거쳐야 하고…
- 영어 실력과 연구 능력은 별개다박사과정 초반에 영어 때문에 세미나에서 제대로 발언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 영어로 즉석에서 표현하려니 막혔다. 다른 학생들이 유창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축되기도…
- 오래 걸린 학위를 응원한다박사를 빨리 마치는 것도 대단하다. 그런데 9년, 10년씩 남들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졸업하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대단함이다. 꿋꿋함과 끝을 보겠다는 결심. 실적이 안 나올 때, 펀딩이 끊길 때…
- 레일이 사라진 뒤 방향을 찾기고등학교 때는 스무 살 이후의 삶을 그리지 못했다. 지금의 모든 고통은 대학 입시 결과로 보상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면 그때부터는 탄탄대로가 열린다는 그런 비이성적인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그…
- 영어의 심리적 장벽을 넘는 법학부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처음 갔을 때 내 토플 점수는 91점이었다. 스피킹은 19점. 첫날 기숙사 오픈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길을 헤맸다. 어떤 친절한 학생이 같…
- 첫 리젝에서 건설적 피드백 찾기첫 리젝은 특히 아프다. 머리로는 흔한 일이라고 알고 있어도, 막상 당하고 보면 생각보다 멘탈이 흔들린다. 0. 첫 반응 분노와 좌절감 “리뷰어들이 내 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불공정하…
- 성공 뒤에 숨은 리젝션들리젝은 병가지상사 실패의 CV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든 성공 뒤에 각각 어디에서 몇 번의 리젝션이 있었는지 정리해보는 것이다. 박사생 시절 말 그대로 번쩍번쩍한 CV를 지닌 교수님이…
- 슬럼프는 영원하지 않다연구를 하다보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는 것 같고, 모든 게 막막하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지는 시기. 그럴 때면 불현듯 좋은 소식이 하나씩 생기곤 했…
- 9년 걸려도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Persistence pays off 석사논문을 바탕으로 한 논문이 근래 마이너 리비전을 받았다. 내 분야에서 마이너 리비전은 컨디셔널 액셉과 비슷해서, 대개의 경우 간단한 수정 이후 액셉된다.…
-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네 가지 방법슬럼프 극복법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효과를 본 방법을 몇 공유해본다. 첫 번째는 하루 이틀 아무 계획하지 말고 푹 쉬는 것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서 그냥 쉬어본다. 죄책감 없…
- 아무 질문도 받지 못한 첫 발표발표가 끝나고 질문 시간이 시작될 때 느끼는 그 긴장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첫 국제학회 발표 때가 기억난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마쳤는데, 질문 시간이 되자 조용했다. Preside…
- 첫 억셉이 열어준 문날카로운 첫 억셉의 추억 학과 워크샵에서 여성 소설가 관련 논문을 발표하던 날이 떠오른다.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마쳤을 때, 선배 대학원생 한 명이 다가왔다. “혹시 내 페이퍼에 참여할 생각 있…
- 실수하며 배우는 학계의 문법마찬가지로 이 연구를 보다 생각난 학부생 시절 흑역사 하나. 교환학생 시절, 교수님께 출석 관련 질문 메일을 보냈다. 미국에선 서로 이름을 부른다고 들었으니, “Hi [교수님 퍼스트 네임]”으로…
- 리서치 프론티어에 처음 닿은 순간리서치 프론티어 이 논문 관련해서는 사실 개인적인 일화가 있다. 때는 2015년, 석사 2학기(또는 3학기?)쯤 지도교수님이 가르치는 미시 경제사회학 수업을 듣던 날이었다. 텀페이퍼 주제를 고민하…
- 대학원에서 정신건강을 챙겨야 하는 이유대학원은 정신건강에 해로운 환경이다. 심한 경쟁, 불확실한 미래, 경제적 불안정, 잦은 거절과 비판에 노출되는 일상. 여기에 장시간 혼자 작업하는 고립감까지 더해진다. 정신건강을 챙기는 것은 지속…
- 박사과정의 고립감을 견디는 법박사과정의 어려움 중에서도 가장 예상 못했던 건 사회적 고립감이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학부 때 친구들과 만나면 여전히 즐거웠고, 각자의 길을 간다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 휴식은 회복을 위한 투자다연구자에게도 휴식은 사치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제대로 쉬는 사람은 드물다. “일주일 중 하루는 완전한 휴일로 정하자”, “저녁 8시 이후에는 일하지 않기” 같은 규칙들을 세워본다. 하지만 며칠…
- 자책감이 들 땐 친구처럼 자신을 대하자오늘도 되새기는 한 마디: 자책감이 들 때는 아끼는 친구를 대하듯 스스로에게 말하자. “또 미뤘네, 나는 정말 게으른 사람이야” 대신 “오늘 힘들었구나, 내일 다시 해보자”라고. “왜 이것도 못하…
- 일한 시간만 세지 말고 쉰 시간도 세기갑자기 여가시간을 분석해본 이유가 있다. 친구한테 요즘 일을 충분히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예상 밖의 말을 들었다. 워크아워만 트래킹하지 말고, 사람에게 필요한 리커버리아워가 얼마인지도…
- 분야마다 다른 대학원 노동의 성격대학원 노동시간 단상 전공에 따라 노동의 성격이 다르긴 한 것 같다. 예컨대 웻랩에서는 실험 스케줄이 삶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72시간 동안 2시간마다 세포에 밥을(?) 줘야 한다면, 주말도…
- 논문 한 줄 뒤의 수개월 반복 작업학부 때만 해도 연구가 뭔가 멋있고 지적인 활동이기만 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철새 이동 연구를 한다고 해보자. 논문에서는 GPS 태그를 부착하여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라고 간단히…
- 마음이 널뛰는 날의 회복법널뛰는 기분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어떤 날은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논문이 진척되고, 분석이 나오고, 발표가 잘 끝난다. 어떤 날은 모든 게 의심스럽다. 내가 잘 하고 있나, 이 길이 맞나,…
- 쉬는 것도 계획해야 한다대학원 때 휴가를 간 적이 손에 꼽는다. 학회가는 겸 하루이틀 더 머무른 적은 있었다. 방학에 본가에 간 것도 있었다. 그런데 진짜 휴가(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들을 미리 잡아두고 어딘가 떠나는…
- 투고하지 못한 석 달도 필요했다박사논문 제출 후 석 달이 있었다. 어드바이저는 그 시간에 박사논문을 정리해서 투고하기를 권했다. 하지만 나는 미뤄두었던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졸업을 축하받고, 충분히 쉬고, 이사를 했다…
- 밤늦은 연구실의 동료들석사 때 기억이 난다. 저녁 먹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서 밤늦게까지 있던 시절. 9시, 10시가 넘어가면서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고, 결국 몇 명만 남는다. 건물 대부분이 어두워지고, 공동 연구실에…
- 학과를 따뜻하게 만드는 작은 모임매주 목요일 오후 2시. 학과 라운지에 이상한 모임이 열린다. 스태프 XX님, YY 교수님, 박사과정 학생 하나, 그리고 나. 뜨개질을 한다. 시작은 단순했다. 스태프 분이 뜨개질을 한다는 것을…
- 갈비탕 한 그릇의 위로대학원 생활이 한창 힘들 때의 일이다. 하루는 연구실에서 마주친 대학원 선배가 잘 지내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얼결에 갈비탕 한 그릇을 얻어먹으며 위로를 받았다. 그게 참 힘이…
- 잘하고 있다는 말의 무게내가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지도교수를 만났던 덕이다. 박사과정 초반부터 연구의 모든 단계에 같이 있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설계, 분석, 쓰기까지. 내가 실험 방법론에 관…
- 혼자 쓴 논문 뒤의 공동체이 논문과 연관해서 도움 받았던 & 소통이 있었던 모든 선생님들께 출간 소식 이메일을 보냈더니 이메일이 열두 통이 넘는다. 공저자가 없다보니 여기저기 원고를 돌리며 참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단독…
- 슬럼프가 일시적인지 판단하는 법슬럼프가 일시적일지 판단할 방법이 있을까? 첫 번째는 시기적 패턴을 보자. 특정 시점 이후에 갑자기 회의감이 시작됐는지 돌이켜본다. 논문 리젝 등 개인적 변화가 있었던 후라면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
-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것도 용기박사과정이 아니다 싶을 때는 빨리 그만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많은 미국 박사과정에서 중간에 석사를 받고 마치는 옵션을 제공한다. 이때 OPT가 가능한지도 잘 알아보자. 물론 쉽지는 않다. 이…
- 어떤 종류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느냐조언을 받는 입장에서 주는 입장이 되고 나니, 예전에 내가 들었던 말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당시에는 몰랐던 조언의 무게와 한계를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석사 마칠 무렵 진로를 고민하며 주변에 조언…
- 불안 속에서도 방향은 정할 수 있다인생에서 뭐가 중요할까? 야심? 안정? 난 위험회피적인 성향이지만, 대체로는 리스크테이킹이 있더라도 미래의 옵션을 열어놓는 방향으로, 안정적일지 몰라도 미래의 가능성을 닫는 내게 불만족스러운 옵션…
- 연구의 재미는 모든 단계에 흩어져 있다연구 과정에서 가장 재밌는 순간을 꼽으라면 하나로 정하기 어렵다. 각 단계마다 고유한 재미가 있다.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은 정말 특별하다. 서로가 서로의 sounding b…
- 살아남기에서 번영하기로박사과정 때 학과에 계신 대가 교수님 한 분이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Publish or perish가 아니라 publish and flourish라고 생각하자." 그때는 솔직히 삐딱하게 들렸다…
- 박사학위는 자격증이 아니라 경험의 증명서박사학위를 받던 날을 떠올린다. 가운을 입고 모자를 쓰고, 수백 명의 시선 앞에서 후딩을 했다. 그 순간 뭔가 달라졌을까? 거울을 보니 똑같은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변화도 있었다.…
- 임시가 아닌 지금이 내 인생이다박사생 때 모든 걸 임시처럼 해놓고 살았다. 아파트에는 최소한의 가구만 놓고 꾸미지 않았다. 어차피 졸업하면 나갈 건데, 하는 마음이었다. 벽은 비어있고, 책상은 최저가 제품이었다. 그나마도 여기…
- 스무 해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가끔 마음이 쪼그라들 때면 20년 전 나 자신이 현재의 나를 본다면 얼마나 놀라워할지를 상상해본다. 단순히 학위를 받고 직장을 잡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수줍어서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큰 소리로 읽는…
- 계속 배우는 직업의 즐거움때로 친구들이 교수직이 어떠냐고 물으면, 이 직종의 독립성과 유연성을 장점이라 꼽는 편이다. 여러 영역에서 자기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리서치 면에서는 하던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