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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 두 시간 전의 인도 충동

번아웃

석사 3학기였던가, 지도교수님 미팅이 다가오던 어느 날 갑자기 인도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때는 유학 준비와 프로포절 쓰기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하루는 GRE 단어를 외우고, 하루는 프로포절 초고를 쓰고, 그 다음 날은 Statement of Purpose를 고치고. 끝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미팅 두 시간 전이 가장 힘들었다. 준비한 게 부족한 것 같고, 진전이 없는 것 같고, 뭔가 보여드릴 게 없는 것 같고. 그러면 갑자기 "그냥 다 때려치우고 인도 가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인도에 가본 적도 없고, 인도에서 뭘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막연히 인도. 아마 가장 멀고, 가장 다르고, 가장 현실과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져서였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잠깐 진짜 그럴까 상상해봤다. 미팅을 드랍하고, 학위를 포기하고, 유학 준비도 그만두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어딘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이고 누워있기.\n\n물론 실제로 그럴 각오는 없었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미팅에 가서 "지난주보다 조금 진전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번아웃의 신호였던 것 같다. 책임과 기대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과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은 충동. 그때는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를 책망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하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자연스러운 거였다는 걸 안다. 다행히 그런 감정은 일시적이고, 실제로 잠깐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인도에 가지는 않더라도, 하루 이틀 정도는 모든 걸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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