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트래킹으로 확인하는 꾸준함
5년 넘게 연구와 강의에 쓰는 시간을 트래킹하고 있다. 매일 몇 시간을 리서치에 썼는지, 티칭에 썼는지 구글 캘린더에 기록해서 일주일 평균을 계산하고, 그게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한다.
처음에 이걸 시작한 이유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오늘 충분히 일했나?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일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다. 객관적인 숫자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꿨다. 절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달성 성과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결과가 없으면 의미가 없고, 3시간 일해도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면 그게 더 가치 있다.
하지만 시간 자체는 계속 트래킹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내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특히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이 데이터가 위안이 된다. 요즘 진전이 없어서 답답하다 싶을 때 기록을 보면, 그래도 일주일에 평균 X시간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는 느낌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패턴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어떤 시기에 생산성이 높았는지,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요즘에는 시간보다는 의미 있는 진전을 기준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오늘 재밌는 분석결과를 하나 얻었다면 2시간 밖에 일 안 했어도 좋은 날이고, 8시간 앉아 있어도 진전이 없으면 아쉬운 날이다.
그래도 여전히 시간을 기록하는 이유는, 결국 연구도 cumulative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는 큰 변화가 없어 보여도,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다 보면 언젠가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을 믿고 계속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지금은 시간 추적이 압박보다는 안정감을 준다. 결국 시간 추적의 목적이 바뀐 것 같다. 처음에는 충분히 일했나? 를 확인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꾸준히 하고 있나? 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