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연결될 때 지도가 생긴다
대학원 초반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이제 뚜렷한 리서치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점이다.
대학원 초중반에는 늘 다음에 뭘 연구할지 막막했다. 흥미로운 주제들은 많았지만,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명확하지 않았고 어떻게 연구로 진행해야할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아이디어가 많아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아이디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각각의 연구가 더 큰 아젠다의 한 조각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제는 "다음엔 뭘 할까?"가 아니라 "이 중에서 뭘 먼저 할까?"가 고민이 된다. 갈 길은 멀지만, 적어도 지도는 생겼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왜 리서치 프로그램이 중요할까?
첫째, 효율성이다. 하나의 연구에서 얻은 선행연구에 대한 지식, 데이터, 방법론이 다음 연구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매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필요가 없고, 축적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임팩트가 커진다. 여러 연구가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면 개별 논문의 임팩트가 커진다. 한 편의 논문으로는 주장하기 어려운 큰 아이디어를 여러 각도에서 보여줄 수 있다.
셋째,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되면 관련 기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테뉴어 평가에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리서치 프로그램은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우선, 패턴을 찾아보자. 몇 개의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 뒤돌아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내가 계속 돌아오는 질문이 뭔지, 어떤 방법론에 끌리는지, 어떤 이론적 관점을 자주 쓰는지.
기존 연구를 확장하자. 이미 한 연구에서 "이것도 궁금한데", "다른 맥락에서는 어떨까?" 하는 질문들이 나온다. 그런 확장 가능성을 놓치지 말자.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자. 내가 하는 연구들 사이의 연결점을 다른 사람이 먼저 발견해주는 경우가 많다. "연구들을 보니까 너는 XX에 관심이 있는 것 같네" 하는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