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의 손실
(휴일 내내 스레드하며 놀았다 😅 오늘치 마지막 글을 올려본다.)
석사 때는 자조적으로 "풀잎 세는 사람들"(롤즈 정의론)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걸 전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사 과정을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메소드를 엄격하게 트레이닝받은 박사는 쓸모가 많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 데이터 컬렉팅을 할 때도 박사급이 오거나이즈해야 제대로 하는 게 가능하다. 패널 데이터 수집 같은 경우 특히 그렇다.
설문 설계부터 시작해서 샘플링,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bias 문제들, 장기간에 걸친 추적 조사의 어려움들. 이런 걸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질 좋은 데이터가 나온다.
사실 사회과학 박사들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정말 많다. 정책 평가는 물론이고 심지어 기업에서도 사용자 행동 분석이나 조직 문화 연구 등에서 도움이 될 일이 많다.
오히려 문제는 사회가 이런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박사 인력을 교수 되기 위한 예비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진로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
심지어 "풀잎 세는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풀잎을 세는 것과 대충 세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니까.
그리고 사실 많은 사회 문제들이 결국 "풀잎을 제대로 세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현황 파악 없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까?
고급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손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