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혼자 할 수 없다
대학원의 제일 좋은 점은 연구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환경이고, 커뮤니티는 내가 직접 만들거나 찾아가야 한다.
우선 어카운터빌리티가 크다. 다음 주까지 초고 써올게 라고 약속하면 정말로 쓰게 된다. 혼자서는 계속 미루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이 있으면 달라진다. 마감을 설정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동력이 된다.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 여러 명이 모이면 "이 부분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접근은 어때?", "이 문헌은 봤어?" 같은 다양한 피드백이 나온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각도에서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무엇보다 혼자 페이퍼를 쓸 때는 라이팅 그룹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논문을 같이 읽고 고민해줄 공저자가 없을 때 더욱 그렇다. 혼자서 쓰다 보면 내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지, 설명이 빈 부분은 없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또 슬럼프일 때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혼자면 회복이 쉽지 않았을 텐데, 같이 있으니까 계속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관계로 발전시키기는 어렵다.
다행히 요 몇 년간 다양한 리서치 그룹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주 1회, 또는 월 1회씩 정기적으로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임이다.
연구는 혼자 하는 일 같지만, 실제로는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하느냐가 연구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Invisible College라는 개념도 있다.
The expression invisible college was coined by Crane (1972) to designate groups of researchers working in a similar area who maintain informal contacts with one another. They will also exchange information by means of written literature. Since it is possible to identify research networks in a given research area, invisible colleges will simply appear as part of these research networks.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social-sciences/invisible-colle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