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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설 같은 경쟁에서 벗어나기

대학원

석사생 시절 나는 끊임없이 남과 나 자신을 비교했다. 누가 먼저 논문을 냈는지, 누가 더 좋은 학회에서 발표하는지, 누가 장학금을 받았는지. 이런 외적 지표들이 마치 그들이 “선택받은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징표처럼 느껴졌다. 칼뱅의 예정설처럼 말이다. 구원받을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현세에서의 물질적 성공을 구원의 징표로 여기며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대학원생도 비슷하다. 누가 박사 유학에 성공할지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만 같은데(물론 이건 착각이다), 그게 나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작은 성과 하나하나에 목을 매게 된다. 게다가 이상한 건, 이런 경쟁이 싫으면서도 중독적이라는 것이다. 페이퍼가 학회에 액셉되면 일시적으로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고, 곧 불안이 찾아온다. 다음 실적을 위해 조급히 달려가게 된다. 이런 경쟁과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학 및 잡마켓 전망이 안 좋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작은 실천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동료들과 솔직하게 이런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가끔은 의식적으로 경쟁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적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궁금한 질문들을 메모해두고, 그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 무엇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부족함으로 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불안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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