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와 연구는 다른 일이다
왜 내가 석사 진학했더라
돌이켜보면 석사 진학 이유는 단순했다. 공부가 재밌었다. 연구 비슷한 것도 재밌었다.
학부 때 사회조사방법론 수업에서 설문지 500장 돌려서 모은 데이터로 얼기설기 분석하고 이야기 만들기. 숫자들 사이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그것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일. 그 과정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막상 진학하고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먼저 장학금 경쟁이 생각보다 치열했다. 성적만 좋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연구 실적, 연구계획서를 매 학기 준비해야 했다. 같은 과 동기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학부 때는 다양한 관심사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원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연구 주제를 정하려고 하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여러 달을 헤매다가 겨우 방향을 잡았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디스커션 방식이 바뀐 것. 학부 때는 책 읽고 토론하면서 궁금한 거 아무거나 얘기할 수 있었다.
철학적 질문도, 추상적 아이디어도 환영받았다.
하지만 대학원에서는 달랐다. 모든 토론이 경험적 연구를 하기 위한 리서치 퀘스쳔 잡기, 에 수렴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측정할 건데?”, “데이터는 어디서 구할 건데?”, “이 가설을 어떻게 검증할 건데?” 같은 질문들.
처음에는 이런 제약이 답답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트레이닝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스커션을 하면서 이론적으로는 흥미롭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아이디어들을 걸러내는 법을 배웠다. 막연한 호기심을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꾸는 능력도 기를 수 있었다.
석사과정을 통해 알게 된 건, 연구에 대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이었다.
무엇보다도, “공부가 재밌다”와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다른 얘기다. 후자에는 경쟁, 불확실성, 경제적 제약, 끊임없는 자기증명의 압박 같은 것들이 따라온다.
그걸 알고도 계속하고 싶은가?
고민 끝에 박사과정에 진학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