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코스웍, 그리고 지도교수
왜 내가 박사 진학했더라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택한 이유도 뚜렷했다. 평소 궁금했던 질문으로 석사논문이라는 단독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한 게 좋았다. 그 성취감과 몰입의 경험이 박사과정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그럼에도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영어였다. 처음엔 미국인 룸메이트 말이 너무 빨라서 소통이 잘 안 됐다. 한국에서 영어 연습을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지에서 일상 대화는 또 달랐다.
코스웍도 만만치 않았다. 리딩의 양은 압도적이었고, 세미나 디스커션에서는 영어로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타이밍을 잡아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부터가 막막했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했지만, 그걸 영어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 처음부터 RA 일을 잡아서 거기에 올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도교수가 될 교수님과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었던 게 큰 힘이 되었다.
코스웍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석사논문을 저널에 섭밋하려고 고치는 작업을 했다. 한국에서 쓴 논문을 영어로 다시 쓰고 다듬는 과정에서 영어 논문 쓰기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러다 2년차에는 3년짜리 프로젝트 RA를 시작하게 되었다. 단순히 조교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공저 논문을 함께 쓰는 진짜 연구 경험이었다.
석사 때는 혼자 작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훨씬 큰 스케일의 연구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내 독립적인 연구도 발전시켜나가야 했다.
박사과정에 들어오면서 깨달은 건, 이게 정말 긴 여정이라는 것이었다. 석사 때는 그래도 2년이라는 명확한 끝이 있었지만, 이제는 어디가 중간인지, 언제가 끝인지 알 수 없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지도교수님 덕분이었다. 막힐 때마다 적절한 조언을 건네주고, 작은 진전에도 아낌없이 인정과 격려를 주셨다.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고 지금껏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