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개입은 어머니의 돌봄을 지운다
Park, J. (2018). Public fathering, private mothering: Gendered transnational parenting and class reproduction among elite Korean students. Gender & Society, 32(4), 563-586.
2016년, 미국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은 58,663명이었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숫자였다. 한국 인구가 그들보다 훨씬 적은데도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걸까?
‘기러기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는 한국에 남아 돈을 벌고,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는 가족 형태. 이들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특히 어머니들이 “사회재생산과 개인적 상승이동에만 지나치게 집중한다”며 질타받았다. 아버지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박주연(2018)은 이 침묵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68명의 엘리트 한국인 유학생(대학생)들을 인터뷰하며 진짜 이야기를 파헤쳤다.
7개 명문대(대부분 아이비리그)에서 만난 이들의 증언은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과 중학교까지는 예상대로였다. 모든 어머니들이 자녀 교육에 총력을 기울였다. 대부분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였던 그들은 자신 있게 영어를 가르치고, 최고의 학원을 찾아주고, 사교육을 조율했다. “어머니 팀”이라는 배타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자녀들의 활동을 공동 관리했다. 학생들도 이런 어머니의 집중적 개입을 당연하게 여겼다. 오히려 좋은 어머니의 자질로 평가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특히 해외 유학을 시작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어머니들은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아버지들이 전면에 나섰다. 영어 실력, 미국 교육 시스템에 대한 지식, 국제적 인맥을 가진 아버지들이 더 적합한 가이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헨리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교환교수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한국 특목고는 대학 지원에 별로 도움이 안 돼요. 스스로 해야 하거든요. 대부분 정보는 인터넷에 있었는데, 아빠가 저 대신 많이 찾아줬어요. AP 수업에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었거든요.”
대학 입학 후에는 더욱 극명해졌다. 아버지들의 전문직 네트워크와 사회적 자본이 빛을 발했다. 대기업 임원, 의사, 변호사, 교수인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취업 정보를 주고, 인맥을 소개했다.
에단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였다: “아빠는 많은 고생을 겪으셨고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보신 분이에요. 정말 부지런하신 분이죠. 나이가 들었는데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세요. 항상 크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시죠.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아시고요.”
더 충격적인 건 자녀들의 평가였다. 어머니의 평생에 걸친 돌봄과 관리는 “사소한 일”로 폄하됐다. 반면 아버지의 후반기 개입은 “중요한 일”로 높이 평가됐다.
헤더는 아버지가 유학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제 교육에 대해 의견을 내지 않아요. 아빠가 담당하죠. 엄마와는 성적이나 진로 계획에 대해 대략적으로만 얘기해요. 그냥 함께 있으면서 제 사생활의 사소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죠. 진지하게 하지는 않아요.”
어머니의 ‘사적 돌봄’은 과소평가되고, 아버지의 ‘공적 지도’는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성별과 계급이 교차하며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것을 보여준다. 엘리트 가정에서도 계급적 우위는 젠더에 의해 제약받는다. 같은 엘리트 집안이라도 전문직 남성/아버지가 전업주부 여성/어머니보다 더 많은 인정과 존경을 받는다.
이 연구는 기존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동아시아, 특히 한국의 어머니는 “과잉개입”하고 아버지는 “거리감 있다”는 통념 말이다. 적어도 엘리트 초국적 가정에서는 아버지들이 후반부에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개입했다. 자신들의 계급 자원(영어 실력, 전문직 경력, 엘리트 네트워크)을 적극 활용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