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사람이 얻는 경쟁우위
Siegel, J., Pyun, L., & Cheon, B. Y. (2019). Multinational firms, labor market discrimination, and the capture of outsider’s advantage by exploiting the social divid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64(2), 370-397.
“현지 관행에 적응하라”는 것이 다국적기업의 철칙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반대가 더 유리할 수 있다.
Siegel et al. (2019)은 한국 시장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했다. 외국 다국적기업들이 현지의 성차별 관행을 거부하고 오히려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두 개의 방대한 데이터셋을 활용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전국 대표성 있는 기업 표본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패널 데이터. 여기에 심층 인터뷰를 더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외국 다국적기업들이 체계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었다.
2005년 기준, 한국 기업의 73.5%가 여성 차장을 단 한 명도 두지 않았다. 60.8%는 과장급 여성 관리자조차 없었다.
반면 외국 다국적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여성을 채용하고 승진시켰다.
이들의 선택은 전략적 계산이었다. 인재 확보의 이익이 크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10% 증가하면 ROA가 1% 상승했다. 단순한 임금 절약 효과가 아니었다. 실제 생산성 향상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현지에서 배제된 인재풀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여성에게 열려 있었다. 경영학, 공학, 경제학 전공 여성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지 기업들은 여전히 그들을 외면했다.
흥미롭게도 일본 다국적기업들도 이 게임에 참여했다. 본국에서는 여성 임원이 전무하면서 한국에서는 적극적으로 여성을 승진시켰다.
연구진은 이를 “아웃사이더의 네트워크 우위”라고 명명했다.
외부자이기 때문에 현지 네트워크의 편견에서 자유로웠다. 그 자유로움이 오히려 무기가 된 것이다. 현지 기업들이 사회적 압력 때문에 포기한 인재를 독점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 기업들이 따르는 성차별 관행이 오히려 자신들의 경쟁력을 외국 기업에게 내어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