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를 표백하는 학생들
Kang, S. K., DeCelles, K. A., Tilcsik, A., & Jun, S. (2016). Whitened résumés: Race and self-presentation in the labor market.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61(3), 469-502.
흔히 듣는 조언이 있다. “이력서에서 불리한 정보는 빼라.” 하지만 어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본래 이름이 그 ‘불리한 정보’가 된다.
Kang et al. (2016)은 충격적인 현실을 포착했다. 미국의 흑인과 아시아계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서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었다.
연구진은 세 가지 방법으로 이 현상을 파헤쳤다. 59명의 인종적 소수자 대학생 심층 인터뷰, 119명 실험, 그리고 1,600개 기업에 가짜 이력서를 보내는 현장 실험까지.
결과는 뚜렷했다. 이력서 표백(résumé whitening)은 현실이었다.
인터뷰 참가자의 36%가 직접 표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나머지도 대부분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목격했다. 방법도 다양했다.
가장 흔한 건 이름 바꾸기였다. 인종이 드러나는 본명 대신 백인에게 흔한 영어 이름을 썼다.
더 교묘한 방법도 있었다. 경험 편집이었다.
“흑인 학생회” 대신 그냥 “학생회”로 표기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비즈니스 리더 모임”에서 “아시아계”를 빼고 “비즈니스 리더 모임”으로 줄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 가지 모티브가 있었다. 첫째는 발 걸치기(foot in the door). 이력서 단계에서 인종이 드러나지 않으면 최소한 면접 기회는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둘째는 동화 신호(signaling assimilation). 자신이 주류 문화에 잘 적응한 ‘안전한’ 소수계임을 어필하는 것이다.
특히 흑인들은 “정치적이지 않고” “급진적이지 않은” 모습을 강조했다.
현장 실험 결과, 이같은 이력서 표백의 효과는 극적이었다.
흑인 지원자가 이름과 경험을 모두 표백하면 콜백률이 2.5배 증가했다. 아시아계의 콜백률도 1.8배 늘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흑인과 아시안계 지원자가 인종을 표백하는 건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다양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지원할 때는 오히려 인종적 정체성을 드러냈다.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채용공고를 보면 학생들은 안심하고 본래 이름과 경험을 그대로 썼다.
그런데 놀라운 건 다양성 친화 기업들의 실제 행동이었다.
연구진은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공언한 800개 기업들을 따로 분석했다. 그런데 이들의 차별은 일반 기업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다양성 구호는 말뿐이었다.
학생들은 다양성 메시지를 믿고 정체성을 드러냈지만, 정작 기업들은 여전히 차별했다. 결과적으로 다양성 친화 기업에 지원한 소수계가 더 큰 불이익을 당하는 역설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