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나를 규정하자
어찌보면 직업적 업무의 약점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퍼스널한 결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꺼낸 나의 단점을, 남들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내가 먼저 깔아준 멍석 위에서 나를 본다.
평생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정말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사람, 가족이나 배우자, 아주 가까운 친구라면 다른 이야기다. 그 바깥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건 대개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내 경험이다.
살면서 평가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더욱, 나를 남의 전적인 평가 대상으로 놓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뒤집어 말하면, 스스로를 먼저 긍정적으로 규정하고 타인에게도 그렇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전에 어떤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레이셜 마이너리티 연구자들에게 특히 강조하셨던 조언이었다. 남이 나를 규정하기 전에, (남의 평가에 나를 전적으로 내맡기지 말고) 내가 먼저 나를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만, 마이너리티 연구자에게는 더 중요한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나를 규정하려는 힘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