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노동은 말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된다.
어릴 때는 이 말을 좀 거칠고 방어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럿이랑 협업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조용히 넘긴 노동은 종종 없었던 일이 된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누가 실제로 썼는지, 누가 마감 직전에 수습했는지, 누가 책임지고 끌고 갔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흐려진다. 반면 공식적인 역할과 이름은 남아 크레딧이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은 크게 기억하고, 남이 한 일은 쉽게 배경으로 만든다. 특히 대표자 역할, 제출자 역할은 실제 지적 노동이나 실무 노동보다 더 또렷하게 기록된다.
그래서 내 역할과 기여를 회의에서 분명히 말하고, 미팅 노트에 남기는 것도 일의 일부다.
내가 맡은 부분은 무엇인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 책임이 어떤 크레딧이 연결되어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억울한 일이 없다.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일의 가시성과 실제 노동량이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메일과 회의에서 자주 말하고, 이것저것 하겠다고 제안하는 사람은 실제 글을 별로 안 써도 일을 많이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반면 분업된 일을 조용히 맡아 깔끔하게 끝내는 노동은 따로 말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실제 초안을 만들거나 마무리하고, 마감 직전에 구멍을 메우는 일은 결과물 안에 흡수되어 사라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조용히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