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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논문에서 무엇이 움직이는가

연구 단상

새 프로젝트를 할지 말지 정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다. 빈칸 채우기는 어떨까? “프로젝트 B는 [논문 A]가 남긴 [이 질문]에 답하며, 그 결과 [논문 A]를 다시 쓴다면 [무엇]이 달라진다.” 논문 제목을 실제로 적어야 하고, 그 논문 안에 그 질문이 실제로 있어야 한다. 빈칸을 채워보면 대부분 세 번째 칸에서 막힌다. 앞의 두 칸은 잘 채워진다. 관련 논문도 있고, 남은 질문도 있다. 그런데 “이 연구를 추가로 하면 앞 논문이 뭐가 달라지냐”에서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두 논문은 주제가 같을 뿐 논리는 안 이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요약하자면, 기준은 하나다. 앞 논문에서 무엇이 움직이는지 말할 수 있는가.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는 상관없다. 우선 변수가 움직일 수 있다. 앞 논문이 성별 격차를 보여줬다면 이번엔 그 격차가 어느 경로에서 생기는지를 본다. 초기 반응을 봤다면 이번엔 그게 몇 년 뒤 무엇으로 굳는지를 본다. 앞 논문이 통제해버린 조건을 이번엔 조절변수로 꺼낼 수도 있다. 같은 메커니즘이 다른 조건에서도 작동하는지, 어디서 약해지는지를 본다. 층위가 움직일 수도 있다. 개인 수준에서 본 관계를 조직이나 장 수준에서 다시 묻는다. 기존의 내 논문 두 편이 실은 같은 원리의 특수 사례라는 걸 보이는 논문을 쓰는 것도 가능하겠다. 무엇도 움직이지 않으면 새 사례 하나 추가다. 사례 추가는 CV는 늘려도 연구 프로그램을 누적시키지는 못할 위험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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