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 없이 올인한 대가
아카데믹 잡마켓에서 잡을 못 잡을 경우 플랜 B에 대해 생각해보면, 솔직히 나는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직업 탐색을 제대로 안 해봐서 아는 게 없었다. 인턴십을 해야 한다고 막연히 알긴 했는데, 당장 연구를 하는 게 급해서 트레이드오프가 크게 느껴졌다. 결국 아카데믹 잡에 올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합리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실제로 잡마켓에 나가보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게 됐다.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써도 자리가 없으면 소용없다는걸 체감했다.
그때서야 플랜 B를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늦었다. 다른 분야 경험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고, 심지어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운 좋게 교수직을 잡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전부 떨어졌다면 정말 막막했을 것이다.
물론 포닥도 지원했지만 포닥 마켓도 쉽지 않다. 포닥 오프닝은 테뉴어트랙 잡보다도 원하는 스페셜티나 스킬셋이 구체적인 경우가 많아서 핏이 정말로 중요하다.
그런만큼 지원서 테일러링도 중요해서 지원서 하나 쓸 때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잡 플랫폼에 공고 없이 개인 네트워크로 알음알음 알리는 경우도 많아서 내게 맞는 자리를 찾아 지원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프로젝트 포닥이 아닌 펠로우십 포닥은 더더욱 피터지는 경쟁이다. 게다가 마감도 엄청 빠른 경우가 많다. 7월 초, 8월 초 마감에다 몇 년치 연구계획서까지 요구하니 미리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지원조차 못할 수 있다.
물론 여름마다 집중해서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가능성도 열어두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요즘같이 아카데믹 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박사과정 중인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미리미리 다른 가능성도 탐색해보라고. 적어도 졸업 전 한 두 번은 인턴십을 꼭 하는 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