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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수보다 스토리의 일관성

리서치프로그램

박사 초반에는 많이 쓰는 사람이 대단해 보였다. 실제로 잡마켓에서도 논문 수가 많으면 일단 눈에 띈다. CV에서 퍼블리케이션 리스트가 길면 생산적인 연구자라고들 한다. 수요 많은 분야에서 양을 많이 내면 경쟁력이 있다. 그렇지만 테뉴어 트랙 교수를 뽑을 때, 테뉴어 심사할 때는 리서치 트레젝토리와 내러티브도 본다. 논문이 몇 편인지만이 아니라, 이 사람이 앞으로 그 분야에 깊게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을지를 평가한다. 좋은 연구자들을 보면 논문 각각이 의미가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그 분야에 깊게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라도 리서치 프로그램은 필수적이다. 단순히 퍼블리셔블한 아이디어를 빨리빨리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질문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접근해나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연구가 내 전체 리서치 프로그램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를 종종 생각한다. 그냥 쓸 수 있어서 쓰는 논문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 가늠해보려는 것이다. 특히 그런 기준은 아이디어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유용하다. 연구하고 싶은건 많은데, 하루는 24시간이기 때문이다. 1. 실행 가능성: 데이터가 이미 있거나 쉽게 구할 수 있는가? 분석틀이 비교적 명확한가? 마땅한 공저자를 찾아 팀을 꾸리기 쉬운가? 2. 기여도: 이론적 기여가 비교적 명확한가? 3. 적합도: 이 아이디어가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리서치 프로그램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가? 그 경로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가? 4. 내적 동기: 지금 당장 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가? 초고가 나올 때까지 3년이 넘게 걸리고 출판까지 5년이 넘게 걸려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중 3개 이상에 해당되면 우선순위 상위권으로 올려놓고, 나머지는 보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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