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바꾼 박사 주제
나는 박사논문 첫 주제를 빨리 정한 편이었다. 프로포절 원고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런 새로운 질병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아직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을 때, 과학자들은 어떤 소셜 큐를 근거로 지식의 크레더빌리티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가 하는 질문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전까지 나는 과학계에서 젠더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새 주제는 더 전통적인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영역이었다.
그러다보니 연구 주제를 갈아엎으면 커미티 멤버도 바꿔야 하고, 프로포절 디펜스 시기도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이미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아까웠다. 현실적으로도 졸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바꿨다.
좋은 결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몇 년을 들여서 할 프로젝트다 보니, 내게 중요하고 흥미로운 질문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주제는 정말 흥미로웠다. 뉴스를 보거나 논문을 읽을 때마다 아, 이것도 내 연구와 연결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하이어링 커미티 입장에서 잡 캔디데이트의 리서치 프로그램을 평가할 때 캔디데이트가 퍼블리시한 연구들과 디졀테이션 프로젝트의 연결성, 내러티브가 중요하겠더라. 주제를 고를 때는 잘 몰랐지만, 박사논문은 얼리 커리어 리서쳐의 연구자적 정체성의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여기서 웃픈 포인트는 잡을 잡고 빠른 졸업을 위해 (이미 프로포절 디펜스를 마친) 디졀테이션 내용을 또 다시 바꿨다는 점이다 😂 다행히 지도교수님과 커미티 멤버들이 유연하게 받아들여줘서 제때 졸업할 수가 있었다.
결국 박사과정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두 번이나 배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