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시작하되 완성하기
Start small
석사과정 시작할 때 가장 막막했던 게 주제 잡기였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나? 이런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석사논문은 노벨상 받을 연구를 하는 게 아니다. 연구하는 법을 배우는 게 목적이다. 그런 관점에서 두 가지 접근법을 추천한다.
1. 기존 연구 따라하기
기존 연구를 따라서 디자인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다.
핵심은 연구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셜미디어 연구가 있다면, 대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으로, 또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온라인 게임으로.
데이터는 새롭게 수집하되 메쏘드는 비슷하게 가져간다. 물론 가설은 새로운 연구 대상에 맞는 문헌에서 도출해야 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검증된 메쏘드를 쓰니까 망할 위험이 적다.
2. 평소 관심사에서 시작하기
사회과학 쪽 연구라면 평소부터 관심있던 주제로 연구질문을 잡아도 좋다. 내 석사논문이 그랬다.
한국 여성소설가들이 남성소설가들에 비해 문학 선집에 덜 선정되는가?
이 질문은 완전히 새로운 학술적 호기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의문이었다. 문학 선집을 보면 왜 남성 작가가 압도적으로 많지?
처음에는 이런 개인적 궁금증이 논문 주제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하지만 막상 알아보니 실제로 데이터로 확인해본 연구가 없었다.
개인적 관심사의 장점은 명확하다. 동기가 지속되고, 배경 지식이 있고, 글쓰기가 쉬워진다. 내가 정말 궁금한 질문이니까 막혀도 포기하지 않게 된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안전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방법은 동기가 강하고 재미있다. 두 방법을 동시에 실행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중요한 건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어떤 기여가 있을지 미리 생각해보는 게 좋다. 단순히 "이 대상으로도 해봤다"나 "내가 궁금했다"로는 부족하다.
데이터로 검증 가능해야 한다. 아무리 궁금해도 경험적으로 분석할 방법이 없으면 연구가 될 수 없다.
기존 연구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히 동떨어진 주제면 이론적 배경을 찾기 어렵다.
적당한 규모여야 한다. 너무 크면 석사 논문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너무 작으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완벽한 주제를 찾으려고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자. 석사논문의 목적은 연구 과정을 익히는 것이다. 문제 설정, 문헌 리뷰, 데이터 수집, 분석, 글쓰기 전 과정을 경험해보는 거다.
완전히 새로운 걸 만들려고 하다가 막혀서 논문을 못 쓰는 것보다는, 작게 시작해서 끝까지 완성하는 게 낫다.
만약 평소에 궁금했던 것이 있다면 그걸 연구 주제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이거 연구 주제 될까?"보다는 "이걸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라고 접근해보면 의외로 길이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