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가운데서 배운 조언의 무게
코로나 판데믹 여름이었다. 한국행 항공편을 취소하고, 몇 달째 집에만 있을거라 생각하니 답답했다.
그때 지도교수님이 관대하게도 본인 집 뒷마당 수영장을 써도 된다고 하셨다. 다만 꼭 친구랑 같이 와야 하고 안전상 혼자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냥 혼자 갔다.
사실 수영을 잘 못한다. 그냥 물에 뜰 줄만 안다. 하지만 수영장이 얕아 보였다. 깊어봐야 1미터 좀 넘을 것 같았다.
여유롭게 들어가서 수영장 가운데 정도까지 헤엄쳐 갔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발을 디디는데,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 순간 완전히 패닉했다. 어푸어푸 거리면서 물을 먹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물을 먹느라 소리가 안 났다.
정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여기서 시체로 발견되면 지도교수님한테 얼마나 민폐일까. 혼자 오지 말라고 했는데 혼자 와서 익사하다니. 교수님이 얼마나 자책하실까.
그러다 다행히 몸에 힘을 빼면 물에 뜬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패닉 상태에서는 몸에 힘이 들어가서 가라앉게 되는데, 의식적으로 힘을 빼니까 몸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운 좋게도 바로 옆에 사다리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사다리를 붙잡고 간신히 수영장 밖으로 기어나왔다. 온몸이 떨렸다.
수영장 가운데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깊었던 거였다. 가장자리만 보고 판단했던 게 실수였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친구랑 같이 와야 한다고 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조언을 무시한 내가 바보였다. 만약 정말 거기서 무슨 일이 생겼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 후로는 지도교수님의 조언이 있으면 왜 그런 조언을 하시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잘 모르겠으면 이유를 묻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서는 수영장에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