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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의 고립감을 견디는 법

대학원

박사과정의 어려움 중에서도 가장 예상 못했던 건 사회적 고립감이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학부 때 친구들과 만나면 여전히 즐거웠고, 각자의 길을 간다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가 어려워졌다. 친구들은 직장 얘기를 한다. 상사나 야근 이야기, 인사고과, 연봉 협상… 끼어들래도 아는 게 없다. 그렇다고 연구 얘기를 하기도 뭐하다. 대개는 관심없거나 어려워하니까. 그러다 보니 만날 때마다 과거 추억 얘기만 하게 된다. “기억나? 우리 예전에…”. 새로운 공통 화제가 없으니까 자꾸 옛날 얘기로 돌아간다. 다행히 완전히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석사를 해본 직장인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원 경험이 있어서 내 상황을 이해하고, 동시에 직장 생활의 경험도 나눠준다. 양쪽 세계를 모두 아는 대화가 가능하다. 다른 학과 박사생들과의 만남도 신선하다. 연구 분야는 전혀 달라도 “논문이 안 써져”, “삼연속 리젝이야” 같은 고민은 공유할 수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꿀벌을 연구하던 동물생태학 전공 친구다. 함께 산책을 하면 그 친구는 나와 다른 광경을 본다. “저기 딱따구리 있어. 소리 들려?” “저 새는 나도 처음 보네”하면서. 즉석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서 새 이름을 찾아보기도 했다. 나는 내 연구 얘기를 하고, 친구는 꿀벌이나 다른 동식물 얘기를 들려주고는 했다. 꿀벌의 색채 인식, 새들의 이주 패턴, 식물의 번식 전략… 내가 모르던 세계를 알아갈 수 있었다. 박사과정의 고립감은 실제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완전히 고립된 채로 머무를 필요는 없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만나거나, 완전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세상을 넓혀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이런 새로운 연결고리들이 나를 다시 세상과 연결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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