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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는 영원하지 않다

아카데믹 커리어

연구를 하다보면 슬럼프가 찾아온다.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는 것 같고, 모든 게 막막하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 건지 의심스러워지는 시기. 그럴 때면 불현듯 좋은 소식이 하나씩 생기곤 했다. 몇 달 전에 지원했던 셀렉티브한 써머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합격 소식이 왔다. 거의 잊고 있었는데, 그 이메일을 받는 순간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리젝을 각오하던 논문에 알앤알이 왔다. 이년 넘게 끙끙거리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큰 기대 없이 지원했던 학내 연구비에서 연락이 왔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내 연구가 가치 있다고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소식들이 오면 마법처럼 모든 게 다시 괜찮아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직업 연구자로 살 수 있을까?” 하던 의심이 사라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겼다. 문제는 이런 좋은 소식이 언제나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때로는 몇 달씩, 때로는 더 오래 아무런 좋은 소식 없이 버텨야 할 때가 있다. 지원한 것들은 모두 떨어지고, 논문은 계속 리젝되고, 분석 결과는 안 나오고.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일이 일어나기만을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큰 프로젝트가 막혔을 때는 작은 것부터 해본다. 미뤄뒀던 문헌 정리, 간단한 데이터 분석, 짧은 섹션 쓰기. 뭔가 “완성했다”는 느낌을 주는 일들. 비록 크지 않아도 성취감을 주는 작업들을 하면 좋다. 아무것도 안 될 때일수록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연구실에 나가고, 일정한 시간에 집에 돌아온다. 진전이 없어도 최소한 “나는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은 유지할 수 있다. 혼자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만 커진다. 동료들,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이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도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확실한 방법을 모르겠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경우가 많고, 예상치 못한 좋은 소식이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슬럼프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완벽한 해답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버텨나가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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