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나중에 정하면 차별이 줄어든다
Uhlmann, Eric Luis, and Geoffrey L. Cohen. "Constructed criteria: Redefining merit to justify discrimination." Psychological Science 16.6 (2005): 474-480.
실력? 아니면 맞춤형 기준?
채용에서 성차별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여성은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뽑지 않는 거야." 하지만 Eric Uhlmann과 Geoffrey Cohen이 2005년 발표한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경찰서장과 여성학과 교수 채용 상황을 제시했다. 지원자는 두 유형으로 나뉘었다. 한 명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지만 학력이 부족한" 스타일(경찰서장의 경우), 또는 "학술 성과는 뛰어나지만 사회 활동 경험이 부족한" 스타일(여성학과 교수의 경우)이었다. 다른 한 명은 그 반대였다.
놀라운 것은 참가자들이 남녀 지원자를 다르게 평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성 지원자를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보지도 않았고, 남성 지원자를 "더 유능하다"고 보지도 않았다.
그럼 무엇이 달랐을까?
남성 중심 직업: 경찰서장
참가자들은 채용 기준 자체를 바꿨다. 남성 지원자가 고학력일 때는 "경찰서장에게는 교육 수준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성 지원자가 현장파일 때는 "경찰서장에게는 현장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기준을 바꿨다.
반면 여성 지원자에게는 이런 '맞춤형 기준 바꾸기'가 없었다. 여성이 어떤 강점을 가졌든 그에 맞춰 기준을 조정해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찰서장 채용에 있어 여성지원자가 차별을 받았다.
여성 중심 직업: 여성학과 교수
흥미롭게도 여성학과 교수 채용에서는 정반대 패턴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참가자들이 여성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여성 지원자가 사회 활동 경험이 풍부할 때는 "여성학 교수에게는 사회 활동 경험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성 지원자가 순수 학술형일 때는 학술 성과를 더 중시했다. 남성 지원자에게는 이런 맞춤형 기준 조정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남성 지원자가 차별을 받았다.
더욱 충격적인 발견은 자신의 판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더 심한 성차별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차별하면서도 자신이 차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연구진은 해결책도 제시했다. 지원자의 성별을 알기 전에 미리 채용 기준을 정하게 한 그룹에서는 성차별이 거의 사라졌다. 기준을 나중에 바꿀 수 없으니 '맞춤형 기준'을 만들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