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기준을 바꿔도 경쟁은 옮겨간다
Kang, Donghyun, and TaeYoung Kang. “Adaptation in action: the rise and fall of academic publications from Korean high schoolers, 2001–2021.”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of Education 45.5 (2024): 742-762.
명문대 입시에서 ‘스펙 쌓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2000년대 한국에서는 전례 없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등학생이 학술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이었다.
한국은 2000년대부터 수능 중심의 입시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사교육비 부담과 소위 시험 지옥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식 종합 전형을 도입했다. 학생부, 추천서, 면접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경쟁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경쟁 영역이 생겼다.
강동현, 강태영이 2024년 발표한 연구는 이 시기 나타난 놀라운 현상을 추적했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480여 편의 영어 학술 논문에 800여 명의 한국 고등학생이 저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사회 문제가 되자 교육부는 2014년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교외 활동 실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것이다. 논문 발표, 특허 출원 등이 모두 포함됐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생 논문 저자 수는 2014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마치 수도꼭지를 잠근 것처럼 말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적응 메커니즘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시험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특권층은 새로운 방식을 찾아냈다. 학술 논문 저자가 되는 것이었다.
즉, 단순히 입시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교육 불평등을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