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을 포기하는 건 능력 문제가 아니다
Cech, E., Rubineau, B., Silbey, S., & Seron, C. (2011). Professional role confidence and gendered persistence in engineering.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76(5), 641-666.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보다 더 많이 중도 포기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왜 그럴까?
흔히 거론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여성들이 가족 계획 때문에 공학 및 엔지니어 커리어를 포기한다는 것, 그리고 수학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서라는 것.
하지만 이게 정말 맞는 얘기일까?
2011년 Erin Cech를 위시한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는 이런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팀은 공학 전공으로 입학한 280여 명의 대학생들을 추적 관찰했다. 다양한 성격의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모집해 입학 첫해와 졸업 예정년도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첫째, 가족 계획은 여학생들의 공학 전공 포기와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을 중시하는 남학생들이 엔지니어링 진로를 포기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둘째, 수학 자신감도 마찬가지였다. 공학과에 이미 입학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학 자신감이 지속 여부와 큰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연구진은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바로 ’전문적 역할 자신감(professional role confidence)’이다.
이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는 ‘전문성 자신감(expertise confidence)’ – 공학자로서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성공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둘째는 ‘직업 적합성 자신감(career-fit confidence)’ – 공학이라는 직업이 자신의 관심사, 가치관, 정체성과 잘 맞는다는 확신이다.
조사 결과, 남학생들이 두 영역 모두에서 여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전문성 자신감이 높은 학생들은 공학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으로 바꿀 가능성이 낮았다. 직업 적합성 자신감이 높은 학생들은 5년 후에도 엔지니어로 일할 의향이 강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자신감 차이가 성별 간 공학 전공 지속률 격차를 상당 부분 설명했다. 전문직 역할 자신감을 고려하면 성별 자체의 영향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연구진은 공학 교육 과정 자체가 남성 중심적 문화로 되어 있어 여성들이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성들은 기술적 유능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추가적 부담을 지고, 남성 중심의 비공식적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