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은 보수주의자들의 과학 불신
Gauchat, G. (2012). Politicization of science in the public sphere: A study of public trust in the United States, 1974 to 2010.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77(2), 167-187.
Gauchat의 2012년 연구는 미국 General Social Survey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정치 성향별 과학 신뢰도 변화를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970년대 초, 보수주의자들은 리버럴이나 중도주의자보다 과학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다. 그런데 2010년에는 정반대가 되었다. 보수주의자들의 과학 신뢰도가 가장 낮아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전체적 하락이 아니었다. 리버럴과 중도주의자의 과학 신뢰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오직 보수주의자들만이 지속적이고 급격한 신뢰도 하락을 보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교육 수준이 높은 보수주의자일수록 과학 불신이 더 심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지식 부족 모델(deficit model)’과는 정반대 결과였다. 대학 졸업 보수주의자들이 고등학교 졸업 보수주의자들보다 과학에 대한 불신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Gauchat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우익(New Right) 운동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운동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과학계와 충돌했다.
첫째, 철학적 충돌이다. 보수주의는 전통과 안정을 중시하는 반면, 과학은 끊임없이 기존 정설을 뒤엎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둘째, 경제적 이해관계다. 정부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규제 완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셋째, 종교적 갈등이다. 진화론, 줄기세포 연구, 기후변화 등에서 과학과 종교 보수주의가 정면충돌했다.
연구는 또한 보수주의자들이 자체적인 지식 체계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보수 싱크탱크, 미디어, 출판사들이 만든 소위 대안적 지식 공간에서 주류 과학계와 다른 결론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반지성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교육받은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맞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정교한 편향이었다.
결국 “과학은 객관적이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믿음 자체가 개인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달라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