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생각들이 한 곳에서 만날 때
Duede, E., Teplitskiy, M., Lakhani, K., & Evans, J. (2024). Being together in place as a catalyst for scientific advance. Research Policy, 53(2), 104911.
코로나19로 대학가가 텅 비었더랬다. 세미나실, 실험실, 교수 라운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과연 물리적 공간이 여전히 중요할까?
Duede를 비롯한 연구진이 2024년 발표한 연구는 ‘함께 있음’의 과학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15개 분야에서 1만 2천여 편의 논문을 분석했다. 핵심은 단순한 인용이 아닌 ‘지적 영향력’을 측정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물었다: “이 논문이 당신 연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요?”
같은 기관 연구자의 논문이 가장 큰 지적 영향을 미쳤다. 영향력 증가 정도가 무려 14.7배에 달했다. 같은 도시, 같은 나라인 경우를 압도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같은 기관 내에서도 지적으로 더 먼 연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학과보다 다른 학과 연구자의 논문이 훨씬 영향력이 컸다.
즉, 물리적으로는 가깝되 지적으로는 멀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연구진은 논문 발견 경로를 추적했다. 같은 기관 연구자들은 주로 개인적 관계(세미나, 복도 대화, 식당 만남)를 통해 논문을 발견했다. 반면 다른 기관 연구자들은 데이터베이스 검색에 의존했다.
결정적 차이는 ‘우연한 노출’이었다. 대학은 서로 다른 분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이다. 위원회, 세미나, 체육관, 식당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예상치 못한 지적 자극을 준다.
연구진은 경고한다.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자연스럽게 충돌하는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결론: 진정한 혁신은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먼 생각들에서 탄생한다. 대학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그 무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