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데도 두 명이 필요하다
연구 아이디어는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런데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태어나곤 한다.
“It takes two to think”라는 말이 있다. 생각하는 데도 두 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혼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선명해진다.
내 연구를 설명하다가 “어? 그러고 보니 이런 접근도 가능하겠네” 하는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연결고리가 보인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아이디어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구체적인 형태를 갖는다.
대화상대의 무심한 질문이 완전히 새로운 연구 방향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로 이 질문도 답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한 마디가 몇 달간 막혀있던 벽을 무너뜨린다. 그들은 내 연구에 매몰되지 않은 신선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점심 먹으면서 하는 잡담에서도 의외의 아이디어가 나온다.
연구자들끼리 모이면 모든 대화가 잠재적인 연구 주제가 되곤 한다.
세미나에서 다른 사람 발표를 들을 때도 그렇다. 발표자가 “한계점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 한계점이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연구라는 걸 깨닫는다. 한 사람 연구의 마무리가 다른 사람의 연구 시작이 되는 순간이다.
가장 흥미로운 건 서로 다른 분야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다.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가정들이 전혀 다른 관점에서 도전받는다. “그게 정말 그럴까요?“라는 단순한 질문이 내 연구의 전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학계에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언제든 지적 대화가 가능하다.
좋은 연구는 좋은 대화에서 자란다. 그래서 학계는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지적 공동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