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본문 글자 크기

참신함의 페널티는 누가 받는가

Trapido, D. (2022). The female penalty for novelty and the offsetting effect of alternate status characteristics. Social Forces, 100(4), 1592-1618. 참신함(novelty)의 평가는 과연 공정할까? Trapido (2022)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연구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출판할수록 페이퍼의 임팩트가 낮았다. 연구진은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 분야의 학술 논문 19,918편을 분석했다. 남성 연구자들의 논문은 참신성과 관계없이 비슷한 인용 수를 받았다. 하지만 여성 연구자들의 논문은 참신할수록 인용 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가장 큰 패널티를 받았다. 문제는 ‘불확실성’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일수록 그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전에 본 적 없는 낯선 조합이기 때문이다. 동료 연구자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하면 다른 신호에 의존했다. 바로 연구자의 ’지위(status)’였다. 성별은 가장 즉각적이고 강력한 지위 신호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자동으로 성별을 인식한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남성=더 유능함’이라는 편견을 작동시킨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평가자들은 성별이라는 ‘손쉬운 지름길’에 더 의존했다. 여성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그 자체로 뛰어나더라도 저평가받았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이런 페널티를 받는 건 아니었다. 연구진은 흥미로운 예외를 발견했다. 명문대 출신이거나 유명한 지도교수 밑에서 수학한 여성들은 달랐다. 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남성들과 동등하게 평가받았다. 구체적으로 MIT, 스탠포드, 버클리, 일리노이 대학 등 탑5 공대 출신 여성들은 혁신적인 논문을 써도 인용 패널티를 받지 않았다. IEEE 펠로우나 섀넌 상 수상자 밑에서 수학한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비밀은 ‘과제 관련성’에 있었다. 성별보다 연구 능력과 더 밀접한 지위 신호가 있으면, 평가자들의 주의가 그쪽으로 옮겨갔다. 명문대 학위나 유명 지도교수는 연구 능력을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신호였다. 이 연구의 함의는 명확하다. 여성의 혁신을 가로막는 건 능력 부족이 아닌 평가 시스템의 편견이다. 결국 혁신의 미래는 다양성에 달려 있다. 여성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평가받는 날, 우리는 훨씬 더 놀라운 발견들을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전체 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