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은 일관된 정체성에서 나온다
Trapido, D. (2015). How novelty in knowledge earns recognition: The role of consistent identities. Research Policy, 44(8), 1488-1500.
참신한 아이디어는 한편으로는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찬사를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패러다임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떨 때 참신성이 인정받는 것일까?
Trapido (2015)는 이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문제는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그 아이디어를 냈느냐일 수 있다.
연구진은 정보이론 분야에서 343명의 R1 스쿨 교수들의 연구 이력을 추적했다.
핵심은 '일관된 정체성'이었다.
똑같이 참신한 아이디어라도 이전에 참신한 연구로 인정받은 저자가 내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기존에 평범한 연구만 해온 저자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차가운 반응을 받았다.
학계에서 연구자들은 특정 정체성으로 인식되곤 한다. 어떤 이는 "보수적이고 엄밀한 연구자"로, 다른 이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자"로 알려진다. 이런 정체성은 그들의 새로운 연구를 평가할 때 강력한 필터가 된다.
기존 매튜 효과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된다"는 일반적 현상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더 정교한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단순히 유명한 연구자가 유리한 게 아니라, 특정 유형의 인정을 받은 연구자가 같은 유형의 연구에서 더 유리했다.
또 흥미로운 건 멘토의 영향이었다. 참신한 연구로 유명한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한 제자들도 같은 혜택을 받았다. 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다른 연구자들의 참신한 연구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마치 "그 교수 제자라면 참신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는 것 같았다.
즉 혁신의 성공은 아이디어의 질 자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아이디어를 누가, 어떤 맥락에서 제시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학계도 결국 사람사는 사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