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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계획보다 한 단계씩

아카데믹 라이프

대학원생 때는 연구 시작할 때마다 거창한 전체 타임라인을 만들었다. “3월까지 문헌 리뷰, 6월까지 데이터 수집, 8월까지 분석, 10월까지 초고 완성” 이런 식으로. 하지만 이런 계획은 항상 망했다. 문헌 리뷰가 생각보다 오래 걸리면 뒤의 모든 일정이 밀렸다. 데이터 수집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면 또 전체 스케줄을 다시 짜야 했다. 분석 결과가 이상하게 나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도 잦았다. 매번 타임라인을 수정하다 보니 계획 세우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전체 타임라인을 만드는 걸 아예 포기했다. 대신 지금 하고 있는 단계만 언제까지 끝낼지 정한다. “이번 주에 데이터 클리닝 끝내기.” “다음 주까지 1차 분석 돌려보기.”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하니까 훨씬 현실적이다.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작은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성취감도 있다. 한 단계가 끝나면 그때 다음 단계 계획을 세운다. 앞 단계의 페이스를 반영해서 더 정확한 예상을 할 수 있다. 단, 단독저자 논문은 예외다. 내가 모든 걸 해나가는 거니까 전체 타임라인을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 물론 여전히 정확하지는 않지만. 진짜 어려운 건 공저 프로젝트다. 아무리 정교한 타임라인을 짜도 소용없다. 공저자 중 누군가 바빠지거나 막히면 전체 일정이 무너진다. 그래서 공저 프로젝트에서는 타임라인보다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믿을 만한 사람, 자기 일을 제때 해내는 사람과 함께하는 게 정교한 계획보다 훨씬 중요하다. 아무래도 연구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다. 완벽한 타임라인을 만들려고 애쓰기보다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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