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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늦어진 시간도 의미가 있었다

아카데믹 라이프

학부 입시 재수 1년. 학부 초과학기 반년. 석사 초과학기 반년. 박사 입시 재수 1년. 다 합치면 3년 정도 늦어졌다.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당시에는 매번 조급했다. 재수할 때는 “1년 늦어지는구나”, 초과학기 할 때마다 “또 늦어지네” 하며 조바심을 냈다. 박사 입시에서 떨어졌을 때는 “이제 정말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앞서 나가는 걸 보면 나만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았다. 학부 동기들이 취업하고, 석사 동기들이 졸업하고, 후배들까지 나를 앞질러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나만 이상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그 늦어진 시간들도 다 의미가 있었다. 재수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갔고, 그 덕분에 여러 좋은 기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부 초과학기 때는 재수강을 해서 학점을 높였고, 석사 초과학기를 하면서 논문을 더 완성도 높게 쓸 수 있었다. 박사 입시 재수는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첫 번째 지원했던 곳보다 나에게 잘 맞는 곳을 찾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지도교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직장을 잡고 보니, 동료들 중에 나처럼 “늦게” 출발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다른 일을 하다가 학계로 왔거나, 박사과정을 오래 한 사람들. 하지만 모두 훌륭한 연구자들이다. 조금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연구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몇 년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더 좋은 연구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결국 어떤 연구를 하느냐, 어떤 기여를 하느냐이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소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급할 필요 없이 각자의 속도로 가면 된다고. 언젠가는 지금을 돌아보며 “그래도 끝이 좋으니 다 좋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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