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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이 할만했던 이유, 다시는 안 하는 이유

아카데믹 커리어

“연구하는 게 다른 커리어보다 특별히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닌데 좀 과하게들 말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가끔 보게 된다. 어떤 점에서는 맞다. 사는 건 원래 어렵고, 세상 일은 다 힘들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박사과정이 정말 할만했으면서도, 다시 하라면 절대 안 할 것 같다. 이 모순적인 고백에서 시작해보자. 내 박사과정 경험이 괜찮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우선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연구하는 일이 괴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환경이 좋았다. 지도교수님이 정말 서포티브하고 훌륭한 분이셨고, 프로그램 분위기도 좋았다. 톡식한 환경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배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질까? 적성은 사람마다 다르고, 좋은 지도교수와 프로그램을 만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운이다. 톡식한 프로그램이나 지도교수 밑에서 고생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흔하다. 내가 운이 좋았다고 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과정 안 힘들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박사진학을 안 하겠다는 이유는 뭘까? 주로는 진로의 불확실성과 잡마켓의 괴로움 때문이다. 쥐들이 불확실한 전기충격보다 확실한 전기충격을 선호한다는 연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불확실성 자체가 큰 스트레스인 것이다. 대학원과 학계 커리어는 바로 이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언제 졸업할 수 있을지, 논문이 액셉될지, 취업이 될지,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인생은 원래 불확실하다지만, 학계 커리어의 그것은 유독 길고 깊다. 박사과정 5-10년, 포닥 여러 해,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많은 포지션들. 그 막막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면서 지금 다시 그 길을 시작하라고 한다면? 솔직히 못할 짓이다. 결국 아카데믹 커리어는 개인차가 극심하고, 운이 결정적이며, 무엇보다 긴 불확실성을 견뎌야 하는 길이다. 이것은 과장이 아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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