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본문 글자 크기

미국 학계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아카데믹 라이프

예전에 헝가리 출신 박사과정 선배가 흥미로운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미국 학계는 헝가리와 완전히 다르다고,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고 했다. 모두가 모두와 학술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알고 협업한다는 것이다. 헝가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내 경험에도 그런 것 같다. 미국 학계에서는 사람들이 놀랍도록 잘 연결되어 있다. 학회에서 만난 사람이 알고 보니 내 지도교수의 대학원 동기이거나,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교수가 예전에 같이 논문을 쓴 적이 있거나. 이런 네트워크는 여러 방식으로 작동한다. 교수들이 대학원을 A대학에서 하고, 포닥을 B대학에서 하고, 교수직을 C대학에서 시작해서 나중에 D대학으로 옮기는 경우가 흔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기관의 사람들과 연결된다. 협업도 매우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서로 다른 기관에 있어도 이메일 한 통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나 역시 이 네트워크에 점차 편입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처음에는 지도교수를 통해 만났던 사람들이 이제는 직접 연락을 주고받고 같이 공저를 하는 동료가 되었다. 이 공저자 네트워크를 통해 느끼는 소속감은 특별하다. 물리적으로는 서로 다른 도시, 다른 대학에 있지만, 학술적으로는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다. 보이지 않는 실들로 연결된 거대한 거미줄의 한 부분이 된 기분이다. 그 선배의 말이 맞았다. 미국 학계는 정말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그 안에서 나도 조금씩 뿌리를 내린다.

전체 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