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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먹은 발표 다음 날 해는 떴다

아카데믹 라이프

지금 생각해보면 무대공포증도 심했는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돌이켜본다. 사실 극복 방법이라고 할 만한 특별한 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겪어봤더니 생각보다 큰일이 안 일어나더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High stakes 발표를 두 번 정도 말아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래도 별 일 안 일어났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다음 날 해는 떴고, 사람들은 (아마도) 잊었다. 나만 며칠 동안 혼자 끙끙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부분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설령 실수를 해도 그게 내 인생의 끝은 아니라는 것을. 또 도움이 됐던 건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아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작은 발표부터, 몇 명 안 되는 세미나에서의 발언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큰 자리로 나아갔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몸으로 체험한 것이 컸다. 망해도 생각보다 별일 아니더라는 경험이 두려움을 많이 줄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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