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본문 글자 크기

고전 읽기가 유일한 길은 아니다

아카데믹 커리어

고전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생각하는 ‘고전’의 범위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에서 말씀주신 것처럼 해당 분야의 중요한 논문들, 지적 계보의 발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연구들을 읽는 것은 도움이 된다. 지적 호기심도 자극되고, 현재 있는 논쟁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고, 비판적 사고도 기를 수 있고, 그 자체로 중요한 학술적 훈련이다. 그런데 내가 염두에 둔 ‘고전’은 조금 달랐다. 학문이 지금처럼 전문화되기 전의 서구 지성사의 거인들 - 루소, 로크, 헤겔 같은 사람들 또는 사회학에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고전 이론가들을 생각하며 썼다. 물론 이런 고전도 읽으면 재미있고 좋다. 교양을 쌓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현대의 전문화된 연구 환경에서 훌륭한 연구자가 되는 데 그게 중요할까? 예를 들어 인구학자가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을 읽는다고 연구 역량에 꼭 도움이 될까? 그보다는 최신 연구들을 읽는 편이 더 유용할 수 있다. 고전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는 비판적 사고, 지적 호기심 등은 가치있다. 하지만 이런 능력들을 기르는 방법이 꼭 고전 읽기만은 아닐 수 있다. 현대의 좋은 연구를 비판적으로 읽고, 다양한 메쏘드를 익히고, 실제 데이터와 씨름하면서도 기를 수 있는 능력들이라고 믿는다. 요약하자면 고전 읽기가 나쁘다거나 시간낭비라는 게 아니다. 다만 그것이 뛰어난 연구자가 되는 (또는 학술적으로 ‘깊이’있는 연구자가 되는) 유일하거나 필수적인 길은 아니라는 입장을 제기하며, 각자의 지적 성향과 연구 환경에 맞는 여러 다양한 경로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체 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