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본문 글자 크기

10점 척도가 만드는 성별 격차

논문 소개

Rivera, L. A., & Tilcsik, A. (2019). Scaling down inequality: Rating scales, gender bias, and the architecture of evaluation.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84(2), 248-274. 10점 만점과 6점 만점의 척도 차이가 남녀 평가 격차를 바꿀 수 있을까? 연구진은 대학의 강의평가에서 10점 척도에서 6점 척도로 변경된 상황을 활용했다. 105,034개의 학생 평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0점 척도에서는 명확한 성별 격차가 존재했다. 특히 남성이 많은 학과에서 이 격차가 두드러졌다. 남성 교수는 최고점(10점)을 받을 확률이 31.4%였지만, 여성 교수는 19.5%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6점 척도로 변경된 후 이 격차가 완전히 사라졌다. 최고점(6점)을 받을 확률이 남성 41.2%, 여성 41.7%로 사실상 차이가 없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핵심은 “완벽함”에 대한 문화적 기대에 있다. 10점 만점은 “완벽한 10점(perfect 10)“이라는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탁월하고 완벽한 성과를 의미하며, 성별 고정관념상 남성과 더 강하게 연결된다. 반면 6점 만점은 그런 강한 문화적 의미가 없다. 따라서 평가자들이 여성에게도 최고점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4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모든 참가자에게 동일한 강의 내용을 보여주고, 강사의 성별과 평가 척도만 무작위로 변경했다. 결과는 현장 연구와 일치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질적 반응 분석이다. 10점을 준 참가자 중 54.2%가 “brilliant”, “genius” 같은 최상급 표현을 사용했지만, 6점을 준 참가자는 28.6%만이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 즉, 10점은 “탁월함”을, 6점은 “매우 좋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평가 도구의 설계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평가 시스템의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성별 불평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체 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