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게 노리는 것의 불평등
주변을 둘러보면 확실히 탑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을 북돋우는 aim high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높은 목표를 세우라고 격려하고, 탑저널을 노리라고 한다. 큰 장점이다.
이런 환경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진다. “세컨 이어 페이퍼를 탑 저널에 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연구의 스케일도 커지고 야심도 생긴다. 애초에 낮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안에만 머무는 것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가끔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Aim high만 하다가 실적이 안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7년차, 8년차가 되어서도 탑 저널에 내려고 준비하다가 정작 퍼블리케이션은 없는 상황. 높은 기준을 고집하다가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그럼에도 나는 aim high를 권하는 환경에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보다는 높게 노리다가 적당한 선에서 목표를 조정하는 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만든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탑 프로그램들이 aim high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풍부한 리소스가 있다. 6, 7년간 안정적인 펀딩을 보장해주고, 졸업 압박도 비교적 적다. 이런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높은 목표를 추구할 여유가 생긴다.
반면 리소스가 제한적인 프로그램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펀딩이 불안정하거나 빨리 졸업해야 하는 압박이 있으면, 아무래도 빠른 시일 내에 출판이 가능한 저널을 택하게 된다. 탑저널에 도전했다가 몇 년을 허비할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즉 이는 불평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같은 실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어느 프로그램에 속했느냐에 따라 목표 설정이 달라질 수 있다. 여유가 있는 곳의 학생은 야심찬 연구를 시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의 학생은 안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Aim high는 개인의 의지만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자원이 있느냐의 문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