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그 시기 자체가 부르는 것
석사 할 때는 사회학 대학원과 교수 커리어를 위해 한 길로 달려올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연구 경험을 더 쌓고, 교환학생 때 RA 기회를 잡아 박사 유학 추천서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괜히 정치학을 이중전공해서 정치철학을 공부하고, 킴리카나 롤즈를 읽느라 시간을 쓴 것도 후회했다. 고전읽기 소모임에 참여한 것도, 베버를 읽은 것도 내가 경험적 연구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데는 전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시간에 데이터 분석이나 코딩을 더 공부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좋아해서 시간을 썼던 일들을 후회했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을 사귀고,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내 가치관이 정립되었다. 지금 내가 가진 연구 질문도 바로 그 시절에 생긴 것이다. 절대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재밌는 점은 사실 남들이 보기에는 직선으로 달려온 인생이었다는 것이다. 그다지 다양한 경험을 한 것도, 색다른 커리어를 추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런 후회를 한 것일까?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후회를 한 이유는 내 인생이 특별히 후회할 만해서가 아니라, 대학원 시기나 취준 시기 자체가 그런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때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시기에는 마음이 힘든 게 당연하다. 스스로의 가치에 확신이 없어지고, 지금까지의 선택들에 대한 의문이 많아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과거까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곧 지나간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그때의 의심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눈앞의 목표에서 보면 비효율적이었던 경험들도, 결국 지금의 나를 빚어온 중요한 과정이었다는 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