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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 어른의 말 속에 숨은 것

젠더

자라면서 원가족 내에서는 성차별을 거의 겪어본 적이 없다. “여자는~” “여자애가~” 이런 말도 곰곰이 생각해봐도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것 같다. 다만 친척 어른들은 그러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학부 1학년쯤 CC로 연애 중일 때. 친척 어른이 말했다. 좋은 학교 다니는 전망 좋은 남자애를 멋 모를 때 잡아서 일찍 결혼하는 게 낫다며, 너는 예쁜 것도 집에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 지금 만날 수 있는 남자가 최고라는 식의 얘기. 그 말의 모순은, 내가 당시 만나던 애가 학벌이 좋아서 향후 전망이 좋은 거라면, 같은 학교 다니는 나도 전망이 좋을 텐데, 왜 굳이 멋 모르는 남자를 낚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 말에는 여자가 똑똑하거나 학벌이 좋은 건 아무 소용 없고, 남자를 잘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편견이 숨어 있었다. 나에 대한 평가 절하와 함께. 안타깝게도 사이다 서사는 없고, 당시 나는 별 대답을 하진 않고 속으로만 욕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입장에서 친척 어른한테 말대꾸하는 건 무례하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원가족이 성평등했던 건 운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친척, 사회, 주변에는 여전히 그런 시선이 있었다. 이제 나는 대학에서 젠더 연구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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