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면서 안고 살던 질문
석사과정 무렵, ”여자니까 당연히 젠더에 관심 있겠지”라는 가정이 불편했다. 내 연구 주제가 내 정체성에서 자동으로 도출된다는 듯한 시선이 싫었다.
젠더 불평등을 연구하면 너무 열이 뻗쳐서 수명이 깎일 것 같았다. 사회적 불평등을 데이터로 들여다보고 논문으로 쓰면서 분노를 관리하려면 버거울 것 같았다.
그런데 한국 여성작가의 인정에 관한 석사논문 주제를 잡으면서 깨달았다. 결국 내가 항상 공부하고 싶고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은 주제는 젠더였다. 왜 똑같은 글인데 다르게 평가받는가. 왜 똑같은 연구인데 다르게 이해되는가. 그 질문들의 중심에 항상 젠더가 있었다. 디폴트가 아닌 성별로서 내 성별을 항상 의식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젠더 연구자가 되었다. 여자라서가 아니라, 여자로 살면서 이 질문들을 안고 살았기 때문에. 내 연구는 나한테서 떼어낼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