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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책을 읽던 시간

잡상

최적의 효율로 살아오지는 않았다. 멍 때리며 아무것도 안 한 기간도 있고, 아무 외적 어려움이 없어도 불안과 우울에 생산성이 저해된 적도 많다. 책만 무진장 읽은 적도 있었다. “좋은” 책, 소위 영양가 있는 책만 읽은 것도 아니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나 독서는 항상 놀이였기에 마음 한 켠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방학날 도서관에서, 실은 논술에 도움이 돼, 하면서 나는 고발한다를 읽었다. 수행평가를 준비하면서 자유론과 간디 평전을, 재밌어서 페스트와 1984를 읽고, 신무협과 판타지, 로맨스는 어마어마하게 많이 읽었다. 중학교 때는 소설을 주로 읽었다. 학교 도서관의 세계문학전집과, 이영도, 전민희, 이수영, 민소영의 책, 크리스티 전집, 타임 패트롤 시리즈, 엘러리 퀸 몇 권, 영미 낭만 시선, 중학생이 꼭 읽어야할 시,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 그리고 해리포터와 해리포터와 해리포터가 있었다. 독서에 변명이 필요하지 않던 더 어릴 적에는 꿀벌 마야의 모험, 대도둑 호첸플로츠, 꼬마 흡혈귀 시리즈, 산적의 딸 로냐, 삐삐 롱스타킹, 엘리나 파아전의 단편들, 날씨는 왜, 동물은 왜, 짧은 장발장, 짧은 제인에어, 어린이 구약 성경, 위니 더 푸우, 닥터 돌리틀, 교과서 만화, 즐거운 무민 가족으로 종일 시간을 보내곤 했다. 책읽기가 호사스러운 취미가 된 어느 날, 문득 예전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던 시간. 언젠가 다시, 아무 이유 없이 책을 읽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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