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일은 누구의 이름으로든 선으로 인정받는다
나니아 연대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세상의 끝을 항해하며 본, 은색 바다 아래 피어난 백합.
기억에 남는 메시지도 있다. 모든 선행은 아슬란에게, 모든 악행은 악신에게 귀결된다는 것. 어릴 때 교회에 끌려다니면서 아무리 선한 사람도 신앙이 없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에 반감을 갖곤 했었다. 나니아의 아슬란은 달랐다. 모든 선한 일은, 그게 누구의 이름으로 행해지든, 종국에는 선으로 인정받는다.
각 권마다 매력이 달랐다. 장롱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 뭐든 심으면 자라는 천지창조의 세상, 개성 뚜렷한 두 인물의 티키타카,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과 암울한 지하 세계, 그리고 세상의 끝을 향한 항해.
어릴 때 읽은 책이 남기는 건 서사만이 아니다. 분위기와 색이 남는다. 그리고 때로는, 오래된 반감을 달래준 한 문장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