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채로 나아가기
본문 글자 크기

연구는 즐거웠고 취준은 괴로웠다

대학원

박사과정의 괴로움은 취준생의 괴로움이다. 박사를 하면서 실적을 내서 그걸로 구직을 하려니 괴로운 것이다. 연구를 하는 것 자체는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 궁금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발견하는 순간, 논증을 구성하고 글을 쓰는 일. 여기에는 괴로움도 있지만 즐거움도 크다. 하지만 “이 논문이 좋은 저널에 실려야 한다”, “내 실적으로 잡을 구해야 한다”, “X년 안에 졸업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는 순간 모든 게 바뀐다. 먹고 살 재산이 충분할 때, 또는 다른 생업이 확실한 상태에서 박사과정을 한다면 어떨까? 아주 즐겁고 보람 있을 수 있다. 끝없는 불확실성에 미래의 진로가 걸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박사과정생은 그렇지 않다. 하루하루 근근이 살면서, 이 학위와 실적이 나의 미래를 밝혀주기를 바란다. 그 바람이 압박과 괴로움이 된다. 박사과정이 힘든 이유는 연구가 괴로워서가 아니라, 연구를 직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께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 추천드립니다.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계 노동 현실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전체 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