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를 받은 직후에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연구를 하면서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말이 “비판을 받으면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석사과정 때는 세미나에서 코멘트를 받으면 그날 밤 원고 방향을 갈아엎곤 했다. 다음 주에 다른 코멘트가 오면 또 갈아엎었다. 3개월이 지나도 원고는 제자리였다. 진전이 없는 게 아니라,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깨달았다. 비판에 열려 있다는 건 비판을 다 따른다는 뜻은 아니었다.
또 다른 위험은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연구가 할 가치가 없다고 마음이 꺾여버리는 경우를 왕왕 본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연구 질문을 버리는 대학원생들을 많이 봤다.
비판에 열려 있으려면 오히려 자기 중심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나한테 효과 있었던 건 코멘트를 받은 직후에는 아무것도 안 바꾸는 거였다. 세미나가 끝나고 일단 적어두기만 한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다시 꺼내본다. 그때 보면 반드시 따라야 할 코멘트와, 참고는 하되 내 방식대로 가야 하는 코멘트가 구분되기 시작한다. 감정이 가라앉으면 판단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리뷰어 코멘트도 마찬가지다. 받은 날은 읽지 않는 게 낫다. 아니면 한 번만 읽고 덮어둔다. 리젝 레터를 받고 그날 밤 다음 저널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 배짱이 부러웠다. 나는 못 했다. 대신 일주일 정도 두었다가 다시 읽었다. 그러면 “이건 맞는 말이다”와 “이건 이 리뷰어의 취향이다”가 보였다.
그러려면 내 논문의 원 라이너를 알고 있어야 한다.